' 6월에 '





6월이면 그랬습니다.
흐드러지게 핀 장미를 보면서도
불타는 증오심을
동화나라에도 없을 법한
빨간 얼굴의 사람들을 향한
용광로같은 적개심을 떠올려야
정상이었습니다.

이상하게도 그랬습니다.
흰 종이를 보면
무지개를 그려넣는 것을 그렇게나
좋아했으면서도
6
월이면,
무지개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계절임에도
6
월이면 도화지를 채우는 건
때려잡자 혹은
무찌르자
뿌리뽑자

그랬는데, 6월엔
장미를 보며 2000 6월에 목격한
평양의 꽃바다를 떠올립니다.
열심히도 배웠는데
잔인한 말 한마디 떠오르지 않고
화해하자고 평화롭자고
일찍이 그랬듯이 사랑하자고
6월은 가문 하늘에도 무지개가 뜬 듯
예뽀기만 합니다.

이렇게
통일은 소리내 말만해도
사람을 선량하게 하는데,
통일은 발자국 하나만 움직여도
이렇듯 가까이 오는데,
우리는, 멀리서 소식만 듣고도
심장이 웅웅 울리는데,
금강산에서 스치기만 해도
첫사랑 만난 듯 설레이는데,

8
월에, 오는 8월에
우리가
장마비처럼 폭풍처럼
평양에서 만나고
서울에서 만나고
판문점에서 만나면
반세기를 버텨온 콘크리트 장벽조차
모래성처럼 무너질테지요
'
내 한걸음이 그렇게
빗줄기가 되고 폭풍이 돼서
모든 사슬을 녹이고 장벽을 허물어
그 자리마다
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바다
통일의 꽃바다로 화할겝니다.'

그러면
그 꽃바다에 빠져
죽어도 좋겠다고
6월엔
이상하게도 착한 생각만 들끓습니다.

(2001.6.12)

[출처:민족통신]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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